
그룹 앤더블(AND2BLE)이 어제(26일) 데뷔와 동시에 한터차트 일간 앨범 차트 1위, 아이튠즈 월드와이드 앨범 차트 2위를 기록했다. 신인 그룹이 데뷔 첫날 이런 성과를 내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배경을 들여다보면, 앤더블은 처음부터 '순수 신인'이 아니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멤버가 원 소속사로 돌아가 재데뷔하는 방식은 케이팝 업계에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2016년 아이오아이(I.O.I), 2017년 워너원(Wanna One) 이후 프리스틴(PRISTIN), 위키미키(Weki Meki), 구구단(gugudan), 에이비식스(AB6IX), 씨아이엑스(CIX) 등 많은 팀이 같은 경로를 밟았다. 그런데 대부분 오디션으로 인지도를 얻은 한두 명에 새로운 얼굴들이 더해지는 구조였고, 오디션 당시의 팬덤 규모를 그대로 끌고 오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2018년 10월부터 2년 6개월간 활동했던 아이즈원 이후로는 양상이 달라졌다. 활동 종료 후 멤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적으로 재데뷔한 사례가 나왔다. 사쿠라와 김채원은 르세라핌(LE SSERAFIM)으로, 안유진과 장원영은 아이브(IVE)로 재데뷔해 케이팝 주요 아티스트로 자리 잡았고, 최예나는 솔로 가수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패턴은 비슷했다. 멤버들이 흩어져 각기 다른 팀에 합류하거나 개인 활동을 이어가는 방식이었다.
앤더블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장하오, 리키, 김규빈, 한유진은 2023년 Mnet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된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에서 함께 활동했다. 이 넷이 제로베이스원 활동 종료 후 원 소속사 YH엔터테인먼트로 복귀해 앤더블을 결성했고, 여기에 같은 오디션 출신으로 이븐(EVNNE) 멤버로 활동했던 유승언이 합류했다. 5인 전원이 오디션 및 기존 그룹 활동 경력자인 것도 이례적이지만, 진짜 핵심은 따로 있다. 같은 팀 출신 네 명이 한꺼번에 이동한 건 케이팝 오디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게 왜 중요할까. 케이팝 팬덤에서 멤버 간 관계성, 이른바 '케미스트리'는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팬덤이 소비하는 핵심 콘텐츠다. 함께 오디션을 통과하고 같은 팀에서 활동하며 쌓인 관계는 팬들에게 이미 검증된 서사다. 네 명이 한 팀으로 이동했다는 건 그 서사가 고스란히 앤더블로 이식됐다는 뜻이다. 팬들 입장에서는 새 팀을 처음부터 알아가는 게 아니라, 이미 아끼던 관계를 이어서 보는 셈이다. 데뷔 첫날 QQ뮤직 1위와 동남아시아 차트 강세로 나타난 중국·동남아 팬덤의 집결도, 멜론 HOT100 수록곡 전곡 차트인도 모두 이 '프리빌트 팬덤'의 직접적인 결과물이다.
소속사 전략도 이 팬덤을 최대한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짜였다. 앤더블은 데뷔 전부터 인터랙티브 프로모션 페이지, 대형 추리 웹 예능 형식의 자체 콘텐츠, 서울 주요 도심 팝업 카페 등 기존 케이팝 신인 프로모션과는 결이 다른 방식을 택했다. 데뷔와 동시에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을 시작으로 일본 K-아레나 요코하마, 마카오 더 베네시안 아레나 등 아시아 4개 도시 아레나급 공연장에서 쇼콘을 여는 것도, 일반적인 신인 그룹의 출발선과는 다르다.
물론 프리빌트 팬덤이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오디션 당시의 팬덤이 새 팀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팀 컬러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이탈이 생기기도 한다. 데뷔 첫날의 성과를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가려면 결국 음악과 퍼포먼스로 증명해야 한다. 타이틀곡 'Curious'에 멤버 장하오·리키가 직접 작사에 참여하고, 뮤직비디오 버전과 무대 버전의 안무를 따로 구성할 만큼 완성도에 공을 들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케이팝 오디션 역사가 만들어낸 새로운 방정식. 앤더블이 그 첫 번째 실험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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