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터뉴스 = 강수영 기자] 함께한 지 12년 차 밴드의 인터뷰 자리는 남달랐다. 서로를 "오빠"라 부르고, 누군가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고, 매일매일 유행이 바뀐다는 이들. 원위(ONEWE)는 "같이 있으면 바보가 된다"고 웃으면서도, 17곡짜리 정규 앨범을 이야기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원위는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한터뉴스와 만나 세 번째 정규 앨범 '面 : Unknown Atlas'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오랜만의 정규 앨범, 그것도 17곡을 꽉 채운 대작을 앞둔 멤버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자부심이 함께 묻어났다.
"정규 앨범은 오랜만이라 많이 설레요. 요즘 정규 앨범 잘 안 내잖아요. 곡 수도 많이 넣어서 힘들긴 했는데, 그만큼 더 정성을 쏟은 앨범이고 무엇보다 팬분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용훈)
17곡이라는 방대한 규모는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었다. 멤버 전원이 곡을 쓰다 보니 한 사람당 세 곡씩만 해도 15곡, 여기에 각자 욕심낸 곡들이 더해졌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홀로 존재하는 작품이 아니다. 점(點), 선(線), 면(面)으로 이어지는 3부작의 완결편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 앨범을 처음 구상할 때 점·선·면 시리즈로 세 개를 구상했어요. 마지막 면 앨범 때 앞에 나온 싱글 앨범과 디지털 싱글을 같이 묶어서 내자고 생각했죠." (강현)
"미리 냈던 곡들을 다 넣어야 정규 앨범이 딱 완성될 것 같았어요." (용훈)
"개인적으로 정규 앨범을 좋아하는 게 정규의 파워가 다르잖아요. 개인적으로 저희가 우상향 중이라고 생각하는데 17곡의 성의를 보이면 많은 대중분들, 위브(팬덤명) 분들이 알아주시지 않을까 싶어서 정말 작년부터 준비를 했고, 그만큼 중요한 앨범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욱)

이렇게 세 장의 앨범을 연달아 기획한 건 데뷔 이후 7년 만이다. 작년 11월부터 회의를 시작해 준비했지만, 녹음 기간은 한 달 반 남짓으로 빠듯했다. 그럼에도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위기 앞에서 발휘된 단합 덕이었다. 멤버들은 "우리는 단합력이 좋지 않다"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말 자체가 긴 시간을 함께한 팀의 여유에서 나왔음이 느껴졌다.
"17곡이 수록될 것 같다고 했을 때 다섯 명이 동시에 '이건 진짜 촉박하겠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빨리 얘기하고, 얘기로 그치지 않고 '이때 녹음할래?' 하면 바로 들어가고, 목이 안 좋으면 바로 다음 날 잡고. 이러다 열 곡도 못 넣겠다 싶어서 다들 큰일 났다는 걸 각자 인지하고 단합이 잘 됐습니다." (용훈)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는 '동화'다. 다만 흔히 생각하는 순수하고 밝은 동화가 아니라, 원위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잔혹동화에 가깝다. 피노키오, 라퓨타, 소인국 등 익숙한 소재를 가져오되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완전히 뒤집었다.
"수록곡 중 '피투성이 피노키오'는 피노키오가 어른이 되기를 무서워해서 거짓말을 치면서, 코를 부러뜨리면서까지 성숙해지는 걸 두려워하는 내용이에요. 모두가 아는 동화 내용을 저희가 뒤바꿔서 재해석한 앨범입니다." (기욱)
"굳이 동화라고 해서 순수하고 밝은 느낌보다는, 저희가 느끼고 해석한 그대로 표출하다 보니 분위기가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강현)
앨범 준비 과정에서는 특히 타이틀곡 선정에 긴 시간과 고민을 들였다. 멤버들끼리도, 회사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오래 듣고 신중하게 고른 끝에 가장 밝고 동화적인 요소가 짙은 'Scenario'가 낙점됐다.
"곡이 많다 보니 타이틀곡 고르는 게 가장 큰 숙제였어요. 즉흥적으로 고르지 않고 더 많이, 더 오래, 신중하게 들어보고 'Scenario'로 정했어요. 마지막엔 멤버들도 회사도 지인들도 다 동의하게 됐습니다." (용훈)

이 대목에서 자연스레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밴드 붐이 부는 지금, 원위는 스스로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답은 솔직하고도 명확했다.
"저희는 회사에서 5명을 캐스팅해서 데뷔한 팀이 아니에요. 각자 학원 다니고 대학 다니다가 경연 대회에서 만나 자연스럽게 밴드를 하게 된 거라, 그것만 보면 아이돌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죠. 근데 지금은 저희 모두 스스로를 아이돌 밴드라고 생각해요. 아이돌 밴드라고 해서 나쁜 게 아니니까요. 연주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곡도 만들고 무대도 좋은데 실력도 좋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솔직히 말해서 어렸을 때 반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아이돌 행동을 하고 있죠. (기욱의 핑크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가리키며) 이거 보세요." (용훈)
"20대 때는 아이돌 밴드라는 인식을 받아도 되는 걸까 고민이 많았는데, 요즘은 30, 40, 50대가 되어서도 그렇게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주름 엄청 많아도 아이돌 밴드라고 해주시면 기분 좋을 것 같습니다." (기욱)
"명칭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밴드이긴 하지만 인디 밴드랑은 또 다르거든요. 인디펜던트는 정말 회사 없이 활동 반경이 독자적인 거고, 저희는 사실 프로모션, 홍보하는 방식, 팬 마케팅 이런 걸 기존 아이돌분들이 하시는 회사의 방식을 하고 있으니까요. 만약 먼 훗날에 회사가 없어지거나 이런 방식으로 활동을 안 한다면 그땐 그냥 밴드인 거고. 뭐가 더 좋고 나쁘고는 없는 것 같고 활동하는 방향에 따라서 불러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동명)
"뭐가 됐든 실력이 좋아야 된다는 건 확실히 있어요. 풀어 말하면 꾸준히 노력을 매일 매일 해야 한다는 뜻이거든요. 연차가 쌓이고 시간이 지나서 어느 정도 틀이 잡혔다 해도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고 저희는 아무래도 다 저희가 곡을 쓰다 보니까 우리 음악은 우리가 써야 한다는 생각도 있어서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강현)
이런 여유와 신념은 12년이라는 시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다섯 명은 함께한 지 12년이 됐고, 그사이 재데뷔, 재계약을 비롯해 크고 작은 위기를 겪었다. 특히 올해는 멤버들이 입을 모아 "가장 힘들었던 해"로 꼽았다. 그러나 그 위기는 오히려 팀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재계약 때도 고민이 있었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오히려 다 같이 더 모여서 얘기하고 시간을 보내게 돼서, 큰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조금 더 돈독해진 것 같아요. 그렇다고 그런 일이 계속 생기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동명)
"자주 싸우고 자주 이야기하고 자주 웃고 이상한 행동도 하고. 그런 것들이 저희 팀의 끈끈함이자 오래 할 수 있는 비결인 것 같아요. 같이 있으면 바보가 되거든요." (용훈)
12년을 다섯 명이 온전히 지켜왔다는 것. 그 자체가 이들에겐 가장 큰 자부심이다.
"예전엔 5년 뒤, 10년 뒤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하다 보니 12년이 됐어요. 누구 하나 다치지도 않고 그냥 진짜 오롯이 다섯 명이서 12년 동안 했다는 것 자체에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어요. 앞으로 5년, 10년도 그러지 않을까요?" (용훈)

앞으로의 목표는 더 큰 무대다. 올해는 페스티벌 헤드라이너, 언젠가는 음향 좋은 대형 공연장에 하나씩 서보는 것. 얼마 전 한 페스티벌에서 YB의 바로 전 순서에 서며 벅찼다는 이들은, 다음 시나리오를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중이다.
"목표는 지금처럼 계속 더 큰 무대에서 콘서트하고, 더 많은 분들에게 음악을 들려드리는 거예요." (동명)
원위의 세 번째 정규 앨범 '面 : Unknown Atlas'는 오늘(19일) 오후 6시 발매된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다섯 명이 12년에 걸쳐 완성한 그림 위에서, 이들이 써 내려갈 다음 시나리오가 기대된다.
grace@hante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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