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 저 덕연이 딸인데요~." 경상도 억양으로 건넨 이 한마디에 동네 가게 이모는 반찬을 내줬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본 수백만 명이 웃었다.
리센느(RESCENE)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 2월 개설된 이 채널은 리센느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51만 명을 넘어선 79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 5월 22일 공개된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영상은 660만 뷰를 기록했다. 채널의 인기는 음원으로 이어졌다. 리센느가 2024년 8월 발매한 첫 번째 미니앨범 'SCENEDROME'의 타이틀곡 'LOVE ATTACK'이 발매 1년 10개월 만에 멜론 TOP100 차트에 재진입해 7위까지 올라왔다.
역주행의 불씨는 '거제'였다. 원이는 거제 출신이다. 3월 20일 올라온 '갸루의 자세에 대해서 배워보았습니다' 영상이 시작이었다. 갸루 스타일링을 한 일본인 멤버 미나미에게 "너 지금 이러고 거제 가잖아? 거제 시민들한테 혼나 진짜"라고 하자 미나미가 "거제 야호~"라고 받아친 장면이 밈이 됐다. 해당 장면이 큰 사랑을 받자 지난 5월 22일에는 실제로 갸루 차림의 미나미와 트레이닝복을 입은 원이가 거제를 찾은 영상이 올라왔다. 같은 날 리센느는 거제시 홍보대사로도 위촉됐다. 원이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저희 엄마가 여기 나와바리라서 가끔 소주 한 잔 하러 부모님들이 오시거든요. 그래서 여기 덕연이 딸이라고 하면 줘요." 그리고 실제로 동네 가게에 들어가 "이모, 저 덕연이 딸인데요"라고 인사했고, 반찬과 치킨을 받아왔다. 이후 6월 5일 리센느가 거제시청을 방문했을 때 시청이 내건 환영 현수막의 문구는 "안 멀드나"였다.
이 서사가 유독 뜨거운 반응을 얻는 이유는 영상 속 감각이 익숙하면서도 희귀해졌기 때문이다. "덕연이 딸"은 엄마 이름으로 불리는 딸이다. 동네 어른에게 엄마 이름을 대면 통한다는 것, 오랜만에 찾아온 동네 사람에게 밥부터 챙기는 풍경, 무뚝뚝한 경상도 사투리 한마디에 담긴 반가움. 도시화되고 개인화된 시대에 점점 만나기 어려워진 감각이다. "안 멀드나"는 오느라 멀지 않았냐는 뜻의 경상도 인사말이지만 그 안에는 "오느라 고생했다", "보고 싶었다"는 진심이 담겨있다. 거제시청이 공식 현수막에 이 문구를 쓴 것은, 리센느의 거제 서사가 단순한 콘텐츠 소재를 넘어 실제로 해당 지역의 정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신호다.
K팝 아이돌 콘텐츠는 대부분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지향해왔다. 리센느의 거제 서사는 그 반대 방향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다.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동네 가게 이모에게 엄마 이름을 대는 아이돌, 그리고 진짜로 반찬을 받아오는 장면. 꾸미지 않은 일상의 질감이 화면을 통해 전해질 때, 사람들은 웃으면서도 어딘가가 그리워진다. 그 복잡미묘한 감정이 660만 뷰를 만들었고, 2년 전 음원을 다시 차트로 불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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