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BABYMONSTER', 'Hearts2Hearts', 'HYBE LABELS', 'ONEUS' 유튜브 캡처

 

최근 아이돌 신보의 곡명이 심상치 않다. 레몬, 설탕,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를 연상시키는 단어들이 타이틀 곡명에 잇따라 등장하며 리스너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이 아니다. K팝 씬에서 곡명을 통해 시의성과 감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 5월 에스파는 'LEMONADE'를 발매하며 상큼하고 청량한 여름 감성을 예고했다. 오는 8일과 22일에는 베이비몬스터가 'SUGAR HONEY ICE TEA(슈가 허니 아이스티)'로 컴백을 앞두고 있으며, 하츠투하츠 역시 'Lemon Tang(레몬탕)'으로 같은 시기 신보를 선보인다.

 

특히 에스파와 하츠투하츠는 공교롭게도 동일한 소재인 '레몬'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같은 재료를 쓰면서도 각자의 콘셉트와 방향성 안에서 어떤 차별화를 꾀할지, 두 그룹의 해석 방식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여름철 청량감을 내세운 곡명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기획 전략에 가깝다. 계절감과 리스너의 정서적 선호가 맞물리는 시기에, 제목부터 분위기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은 이 같은 방향성을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다. 레드벨벳의 '빨간 맛', 'Blue Lemonade', 'Ice Cream Cake', 엑소의 'Ko Ko Bop'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맛과 색감을 연상시키는 곡명으로 대중의 귀를 먼저 사로잡아 왔다.

 

여름 콘셉트가 청량함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매운맛'과 '뜨거움'을 전면에 내세운 곡들도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세븐틴의 'HOT', 에프엑스의 'Hot Summer', 엔시티 드림의 'Hot Sauce'가 그 흐름을 대표한다. 시원함과 열기라는 상반된 감성이 공존하는 것이 바로 K팝 여름 시즌의 특징이기도 하다.

 

반면, 시의성을 놓친 경우에는 아쉬운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에스파가 지난해 선보인 'Dirty Work'는 발매 시점에 뮤직비디오의 분위기, 의상, 곡의 전반적인 무드가 덥다는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청량하거나 강렬한 여름 감성과는 동떨어졌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계절감과의 미스매치가 곡 자체의 완성도와 별개로 청자의 체감 만족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곡명 전략의 또 다른 축은 한국미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방탄소년단의 'ARIRANG(아리랑)', 슈가의 '대취타', 스트레이 키즈의 '신선놀음(DIVINE)', 원어스의 '월하미인(月下美人 : LUNA)', 지드래곤의 '늴리리야' 등이 이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들의 뮤직비디오에는 한복과 궁궐이 배경으로 등장하고, 곡 안에는 민요 샘플링과 전통음악의 어법이 녹아든다.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팝 아티스트들이 한국 전통문화와 역사를 세계 무대에 알리는 창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원어스의 '월하미인'에 대해 팬들은 "곡 전체를 한글로 표현한 것이 너무 자랑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K팝 아이돌의 곡명은 더 이상 단순한 제목이 아니다. 계절과 감성, 문화적 정체성까지 담아내는 아티스트의 브랜딩이자 전략이 되고 있다.  청량함이든 뜨거움이든, 혹은 전통미든 첫 글자에서 방향이 결정되는 시대, 곡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계절이 느껴지는 것이 K팝의 새로운 문법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