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K팝 대형 기획사 세 곳이 나란히 신인 아이돌을 내보낸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의 5인조 보이그룹, 하이브(HYBE)와 게펜레코드(Geffen Records)가 공동 기획한 글로벌 걸그룹 세인트 새틴(SAINT SATINE),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신인 보이그룹까지. 데뷔 일정이 겹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셋이 신인을 만드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사진 = YG엔터테인먼트

YG의 방식은 단순하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9월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인 5인조 보이그룹은 멤버 얼굴도, 이름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양현석 총괄 프로듀서가 지난 4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9월에 새로운 남자 그룹을 소개할 생각이다. 멤버 수는 5명"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트레저(TREASURE)가 2020년 8월 데뷔한 이후 6년 만에 나오는 YG 보이그룹인 만큼 기대감이 높지만, YG는 서두르지 않는다. 완성된 팀을 완성된 타이밍에 꺼내놓는 방식, YG가 수십 년간 고수해온 문법이다. 다인원 체제의 트레저와 달리 5인 정예 구성을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개인의 완성도를 극대화한 뒤 한 번에 공개하는 전략이다.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SM의 방식은 정반대 노선을 걷는다. SM은 지난 1월 'SM NEXT 3.0' 전략 발표를 통해 "올해 보이그룹 한 팀이 데뷔할 예정이며, 남자 연습생 팀 SMTR25 멤버도 대상이 될 것"이라고 공식화했다. SMTR25는 총 15명으로 구성된 공개 연습생 팀으로, 리얼리티 예능 '응답하라 하이스쿨'을 통해 팬들과 꾸준히 접점을 만들어왔다. 지난달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첫 팬미팅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7만 4천여 명이 접속했고, 데뷔도 하기 전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아직 최종 데뷔 멤버 구성도, 구체적인 일정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지만 팬덤은 이미 단단하게 쌓여 있다. 연습생 단계에서 팬덤을 선구축한 뒤 데뷔로 전환하는 SM 3.0 전략의 가장 완성된 형태다.

 

사진 = 하이브-게펜레코드

HYBE와 게펜레코드는 또 다르다. 세인트 새틴의 탄생 과정은 오디션 프로그램 '월드 스카우트: 더 파이널 피스'를 통해 처음부터 공개됐다. 지난 12일 일본 OTT 플랫폼 아베마(ABEMA)를 통해 방영된 최종화에서 1만 4000대 1의 경쟁을 뚫은 사쿠라(16)가 최종 멤버로 낙점되며 에밀리(미국), 렉시(스웨덴), 사마라(브라질)와 함께 4인조 팀이 완성됐다. 선행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통해 캣츠아이(KATSEYE)를 배출한 하이브-게펜레코드의 두 번째 글로벌 걸그룹이다. 팬들은 데뷔 전부터 오디션 전 과정을 지켜보며 멤버 한 명 한 명에게 감정을 쌓았다. 데뷔 무대가 열리기도 전에 전 세계 팬덤이 이미 형성돼 있다는 뜻이다.

 

세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셋 모두 데뷔 이전부터 팬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YG는 철저한 베일과 기대감 축적으로, HYBE는 오디션 과정 공개로, SM은 예능과 팬미팅으로 각각의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한다. 음악을 들려주기 전에 팬이 생기는 구조, 지금 케이팝 신인 시장의 표준이다.

 

물론 데뷔 전 팬덤이 데뷔 후 성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SMTR25의 팬미팅 열기가 데뷔 팀으로 온전히 이어질지, 세인트 새틴이 캣츠아이의 계보를 잇는 글로벌 팬덤을 실제로 구축할 수 있을지, YG의 베일 전략이 6년의 공백을 딛고 유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결국 팬덤은 음악과 무대가 증명해야 한다. 세 팀이 하반기 무대에 오르는 순간, 진짜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