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엑스러브 유튜브 캡쳐

 

K팝 시장은 오랫동안 보이그룹과 걸그룹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여왔다. 보이그룹은 강인하고 남성적인 이미지를, 걸그룹은 아름답고 여성스러운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 공식처럼 자리 잡혀 있었다. 컨셉은 바뀌었지만, 그 틀 자체는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패션과 메이크업을 비롯한 사회 전반의 변화와 함께, K팝 시장에서도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른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다. 이미 패션·뷰티 업계에서는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스테디 키워드이기도 하다. 젠더리스란 성별 구분 없이, 중립적인 시각에서 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것을 뜻한다.

 

걸그룹이 보이그룹의 곡을 커버하고, 보이그룹이 걸그룹의 안무를 소화하는 것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장면이 됐다. 최근 투어스, 스트레이 키즈 등 보이그룹이 치마를 입고 화보를 찍거나 무대에 오르는 모습도 더 이상 이질적이지 않다. 치마를 활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졌다. 와이드 팬츠에 미니스커트를 매치하거나, 치마 단독으로 과감한 스타일링을 완성하는가 하면, 안무의 역동성을 극대화하는 소품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걸그룹 역시 변화하고 있다. 아이들의 소연은 눈썹이 훤히 드러나는 쇼트커트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빌리의 문수아, 아일릿의 모카도 짧은 헤어스타일로 걸 크러시 매력을 선보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젠더리스를 정체성의 중심에 놓은 그룹이 등장했다. 바로 엑스러브(XLOV)다. K팝 남성 아이돌 그룹 최초로 젠더리스 콘셉트를 전면에 내세워 활동 중인 이들은, 의상과 메이크업, 퍼포먼스 전반에 걸쳐 중성적인 매력으로 독자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6월 발매한 앨범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은 대체 불가능한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메시지를 담아 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들의 행보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2026 XLOV FIRST EUROPEAN TOUR'를 통해 영국, 프랑스, 루마니아 등 주요 도시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으며, K팝 공연의 불모지로 여겨지던 아이슬란드까지 무대를 넓혔다. 스포티파이 월간 리스너 200만 명 돌파라는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단순한 콘셉트 그룹이라는 일부의 시선을 압도적인 실력과 성과로 불식시킨 셈이다. 엑스러브의 미니 2집 'I, God'은 이달 27일 발매된다.

 

젠더리스는 단순한 유행이 아닐 수 있다. 성별의 틀에서 벗어나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본질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치마를 입는 것도, 짧은 머리를 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가장 솔직하게 담아내기 위한 선택이다. K팝의 무대는 지금, 경계를 지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