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블래스

 

무대에 직접 서지 않는 버추얼 아이돌이 어떻게 수만 명의 관객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는가. 플레이브(PLAVE)가 오는 9월 인천을 시작으로 첫 월드 투어 '2026 플레이브 월드 투어 킵 잇 매닉(2026 PLAVE WORLD TOUR 'KEEP IT MANIC')' 개최를 발표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이 보는 건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버추얼 멤버들이다. 사전 녹화 영상이 아니라 공연 중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다. 스크린 속 멤버들이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고, 떼창에 반응하고, 즉흥으로 웃는다. 그 순간은 녹화본이나 영상으로는 재현되지 않는 현장만의 경험이다. 팬들이 화면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멤버들을 보기 위해 굳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다. 고척 스카이돔을 채운 파도타기와 떼창, 앙코르 요청은 아티스트를 보는 형식이 달라도 팬덤이 만드는 현장의 질감은 다르지 않다는 걸 증명했다.

 

플레이브 제작 초기, 주변에서는 소속사 블래스트 이성구 대표에게 "버추얼 그룹은 휴먼 리스크가 없어서 좋겠다"고 했다. 가상의 캐릭터로 활동하니 사건·사고에 휘말릴 걱정이 없다는 의미였다. 버추얼 아이돌을 게임 NPC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한 존재로 여기는 시선, 일부 팬층이 향유하는 서브컬처 정도로 보는 회의론이 데뷔 초부터 따라다녔다. 버추얼 아티스트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던 탓에 방송에서도 종종 낯선 시선으로 소비됐다.

 

플레이브는 그 편견을 숫자로 뒤집었다. 데뷔 1년 만에 개최한 첫 단독 콘서트가 예매 시작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2024년 4월 약 5000석 규모의 올림픽홀에서 첫 팬콘서트를 연 플레이브는 19개월 후인 2025년 11월, 버추얼 아티스트 최초로 고척 스카이돔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다. 공연장 규모가 약 6.8배 커진 것이다. 2025년 아시아 투어 누적 관객 수는 6개 도시 12회 공연에서 12만 6018명에 달했고, 고척돔 양일 관객만 약 3만 3천 명이었다. 같은 해 음반 판매량은 235만 3570장, 두 앨범 모두 초동 밀리언셀러를 2연속 기록했다. 한터차트 연간 음원 점수는 296만 9985점으로 전체 아티스트 중 6위였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넘어 지금의 플레이브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말이 설득력을 갖는 건 그 편견이 실재했고, 그것을 실제로 넘어섰기 때문이다.

 

플레이브는 이번 투어를 지난해 아시아 6개 도시를 순회했던 아시아 투어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월드 투어라고 선언했다. 현재 공개된 도시는 인천, 카나가와, 가오슝, 방콕, 싱가포르, 타이베이, 마카오까지 아시아 중심이지만 포스터에는 추가 도시 공개를 예고하는 'and more'가 명시돼 있어 아시아 너머로의 확장이 기대된다. 투어명 '킵 잇 매닉'은 플레이브 특유의 에너지를 그대로 담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스크린 속에서 시작한 이들의 여정이 이제 월드 투어라는 무대 위에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