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역주행곡이 탄생할 분위기다. 걸그룹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이 발매 13년 만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 뮤직비디오는 21일 유튜브 일간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7위에 오르면서 역주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64위로 차트에 진입한 뒤 하루 만에 57계단 상승하면서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추억 소환을 넘어 실제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애의 조건’의 재조명 배경에는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다. 이상형 조건을 재치 있게 풀어낸 솔직한 가사와 경쾌한 사운드가 다시 입소문을 탔고, 원곡 뮤직비디오와 과거 무대 영상까지 재소비되며 화제성이 커졌다. 특히 ‘숨어서 듣는 명곡’, 이른바 ‘숨듣명’으로 꼽히며 회자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서 K팝 시장에서 강한 파급력을 남긴 역주행 사례들을 떠올리게 한다. EXID의 ‘위아래’는 2014년 하니 직캠이 SNS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며 차트 상위권으로 치솟았고, 결국 실시간 1위와 음악방송 재소환까지 이뤄냈다. 당시 ‘위아래’는 팬이 찍은 영상 한 편이 팀의 운명을 바꾼 대표적 사례로 기록됐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은 또 다른 방식의 역주행 신화를 썼다. 군부대 공연 영상에 재치 있는 댓글을 묶은 유튜브 편집물이 확산되면서 대중 반응이 붙었고, 이후 추천 알고리즘이 노출을 증폭시키며 멜론과 주요 음원차트 1위로 이어졌다. ‘롤린’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잊힌 곡을 다시 시장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베스티의 ‘연애의 조건’은 지금으로선 ‘위아래’와 ‘롤린’의 완성형보다는 그 출발선에 더 가깝다. 이미 유튜브 뮤직 인기 차트에서 강한 반응을 보였지만, 향후 국내 주요 음원차트와 대중적 파급력까지 확대될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K팝에서 역주행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니라 플랫폼 재노출·짧은 영상 확산·집단적 재평가가 결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됐다는 점이다.

 

이번 베스티의 상승세가 EXID의 ‘위아래’,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처럼 본격적인 차트 역주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때 시대를 앞서갔던 곡이 뒤늦게 대중의 선택을 받는 장면은, 지금 K팝 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운 재발견의 방식이 되고 있다.